잠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
뉴스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

어니스트 스트로베커 외
두 명이

어젯밤 경비가 삼엄한
벨레뷰 병원을 탈출했으며

두 명의 간호사와 경비원을
흉기로 찔러 죽였다고 합니다

스트로베커는 지극히
잔인하고 위험한 인물로...

해리?

해리!

'무언의 목격자'

너한테 관심 있나 봐

나한테? 아냐

컷! 끝내주네

나타샤!

좋아, 의사소통에
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

내가 '좀 더' 라고
할 때는

세트장을 부수란
얘기가 아냐

당신이 스타도 아니고
단순한 희생자 역할인데

찔리면...
그냥 죽어야지

고통스런 모습
피가 솟구치는 것만 보여줘

빌리, 피 어딨어?
유혈이 낭자하게

알았지? 알았죠?

자, 다시 합시다!

피가 흘러나오게
팔꿈치로 주머니를 눌러요

- 알았어요?
- 그러죠

이러다 집에 못 가겠네

나타샤!

팔꿈치로 누르면
피가 나온다고 말해줘요

- 좋아요
- 전해줘요...

다음번엔
제대로 하겠대요

빌리도 들어요

듣는덴 문제없는데
다들 깜빡하죠

- 미안해요
- 괜찮아요

좋아, 처음부터

잠깐! 멈춰요!

왜 그래?

뭐라는 거야?

세트 복구하는데
최소한 하루는 걸린대요

하루라고?

좋아, 시체 클로즈업만 잡고
오늘은 이걸로 끝내지

그러니까 서서히 들어가면서
피범벅된 시체에 초점을 맞춰...

'손대지 마시오!
빌리의 상자'

빌리

피에 설탕을
더 넣어 달래요

고마워요

저 남자 귀엽다

모스크바의 긴긴 겨울밤을
3개월씩이나 보냈잖아

그냥 내 생각이야

엄마처럼 말하는구나

안녕하세요?

진짜처럼 보일려면
흰 칠을 더 하래요

보리스, 전부 준비시켜

빌리, 이리 나와

이건 또 뭐야?

6시가 지났어요

- 딱 한 컷만!
- 시간이 없어요

한 컷이면 된다니까
나, 이런!

스트로베커 가면을
놓고 왔대

그래, 발코니에서
떨어뜨리는 장면이 있지

여기서 기다릴게

빌리도 차 있잖아

좋아
저녁 약속 잊지 마

진수성찬 차려놓을게!

이 몸이 특별요리를
선보인다고

알렉스, 안 올 거야?

오늘밤에 볼쇼이 발레 공연
보기로 했어요

그래, 졸지나 마

좋았어!

이런...

자기가 좀 받아봐!

여보!

나 샤워중이야

여보세요?

빌리였을지 모르잖아

저녁 준비하느라
정신없었어

지금도 저녁 생각 뿐이야

여기도 없네
어쩐다...

좋아

'고장'

여보세요, 빌리!
다행이다

- 별일 없니?
- 가면 찾았나 물어봐

할 말 있으면
두드려 표시해

잠깐만

- 맙소사!
- A...

- 망했군!
-...O

- 이런!
-...L?

- 이런...
- 두 번째가 L이었어?

젠장!

A-L-L?

O-K

- 외식해야겠다
- 알았어

지금 올 거지?

가면은 찾았어?

걱정 말고 그냥 와

배고파?

끊는다

그만! 그만!

이봐요!

누구요?

누구 있어요?

다 설명할게요

이봐요!

빌리!

기다려, 해명할게

리오쉬!

아무도 없어요?

거기 누구 없어요?

- 빨리 좀 와요!
- 세상에...빌리!

빨리요!

- 무슨 일이에요?
- 나도 몰라요

발을 헛디뎌 떨어졌어요
큰일났네!

앤디, 뒤쪽에 있어!

당장 의사를 불러요

난 여기 있을테니
좀 불러줘요

- 놔줘요
- 붙잡고 있어야 돼요

잘못 움직이다간
다신 못 걷게 돼요

- 가세요!
- 알았어요

앤디!

빌리!

움직이면 안 돼

마비될지도 몰라
아주 위험해

금방 올게, 약속해

앤디!

무슨 일이야?

가서 구급차를 불러

- 빌리가 사고를 당했어
- 뭐?

그냥 서있지 말고!
서둘러!

구급차요!

오세요!

괜찮아, 내가 있잖아
구급차가 곧 올 거야

놔줘요
뭔가 할 말이 있나 본데

경찰?

살인?

앤디! 앤디!

정말이에요
가짜로 연기한 겁니다

진짜 살인할 생각이라면
뭐하러 영화를 찍습니까?

우리 바보천치 아녜요

아니...
미안합니다

어떤 심정일지 이해해요

진짜 죽이는 줄 알고
겁먹은 거겠죠

목격한 현장이 어딥니까?

이 사람이었습니까?

진술내용을 보면
'머리에 스타킹을 뒤집어쓰고'

'온 건물을 헤집고 다니며
날 죽이려고 했다'고 돼있군요

영어로 말해요!

실험을 해본 겁니다

영화촬영을 위해서

유혈이 낭자하게
만들어야 하니까

거짓말이에요!

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

기분 상할까 봐
비밀로 한 거야

- 진작 말했으면 허락했지
- 앤디

내 얘기는...

진짜인지 아닌지
영화를 직접 보자고요

맞아요

잠깐만!

필름을 망칠지 몰라요

이 분한테 맡겨요

암실 없이 여기서
필름을 빼낼 수 있죠

그렇군요

안이 너무 덥네

의도적으로 빛에 노출시켜
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잖아요

영화학교 졸업한 후론
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

이제 통에 넣어서 안전해요

가져가서 바로
현상시키세요

필름은 이상 없어요

살인 흉기? 어디?

안 돼! 그만!

- 난...
- 뭐?

- 괜찮아, 난 괜찮아
- 당신...

세상에!

- 맛이 달아
- 소품이에요

입에 넣을 수 있게
만든 거죠

- 뭐랍니까?
- 칼이 빌리 거래요

피도 빌리 상자에서
꺼내 썼다는데요

다 속임수라는 얘기군요

너무 갑작스런 일이라
칼을 제대로 못 봤대요

다른 것들도 다
제대로 못 봤겠군요?

승강기 통로에서
시체를 봤대요

- 뭐래?
- 뭐래요?

달대요

- 가짜 피예요
- 가짜

나중에 가짜 피를
묻힌 걸 수도 있잖아요

시체도 없잖습니까?

'목이 잘려나갔다'고
진술했는데

잠깐만요

빌리 말이...

아까는 이런 봉투들이
훨씬 더 많았대요

맞는 말입니다

보여드리죠

쓰레기들을 이리로
가져왔어요

식은 죽 먹기죠

그건 안 돼요

지금으로선
더 이상 어쩔 수 없군요

필름을 확인한 다음에
연락 드리도록 하죠

죄송합니다

내 평생 오늘처럼
난처한 꼴은 처음 당한다

이해가 안 돼
빌리도 프로잖아

진짜 살인인지 아닌지
척 보면 알텐데

진짜 살인하는 걸
봤어야 말이지

바로 그거야

오늘 밤 본 게 진짜라면
보통 때와 뭔가 달랐을 거라고

아까 내가 난도질당할 때도
정말인줄 알고 깜빡 속았잖아

자긴 워낙 겁쟁이니까

못 들은 걸로 할게

어쨌든 그 친구 칼로
재 촬영해야겠어

빌리 칼이었다니까!

누구 칼이든

입 다물어

부카!

부카?

부카

내 것 좀 먹어봐
기분이 좋아질 거야

알았어

소금 좀 줄래?

최소한 노력은
할 수 있잖아

잘 들어

지금은 영화 생각밖에 못해
귀국하고 나서...

- 꼭 배울게
- 허구헌날 그 소리!

왜 이래
몇 가지는 알아듣는다고

뭘?

좋아, 잘 봐

- 이건 '분장', 맞지?
- 틀렸어

얼굴표정을 뜻하는 거야

- 비슷하잖아
- 빌리 말이

그 여자의 얼굴을
잊을 수가 없대

죽음을 직감한 순간의
그 표정

그 고통과 공포는
진짜였다고

연기가 아니었대